공청회로 첫 공식화.. 등급수, 수능전체 확대 쟁점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교육부가 20일 공청회를 열고 수능영어 절대평가 도입을 공식화했다.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2017학년이나 2018학년부터 수능영어에 절대평가 도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바 있지만 교육부가 절대평가 도입을 공론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최로 열린 이날 수능영어 절대평가 도입방안 공청회에서는 등급 수와 구획 점수가 쟁점으로 논의됐으며, 사교육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영어뿐 아니라 수능 전체로 절대평가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과 현실적인 대학 평가와의 연계에 관한 의견도 제기됐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4일 전남대, 29일 부산시교육청에서 후속 공청회를 두 차례 더 연 뒤 관계자 간담회 등을 거쳐 올해 안에 수능영어 절대평가 방안을 확정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수능영어의 절대평가 전환이 결정되더라도 '대학입학전형 3년 예고제'에 따라 도입시기는 빨라도 2018학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어 절대평가의 적용 시기에 대해 김도완 교육부 대입제도과장은 "이르면 중3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2018학년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등급 안 '9개' '4~5개'.. 분할점수는 시험 후 2~3점 조정 안>

이날 공청회에서의 주요논의는 절대평가되는 수능영어의 등급 수와 등급을 구분하는 분할점수의 적용 방식이었다. 등급 수는 '9개' 혹은 '4~5개'로 의견이 갈렸고, 등급을 구분하는 분할점수는 현재 중학교 성취평가제에 적용되고 있는 고정분할 방식에 시험결과를 참조해 2~3점을 조정하는 혼합방식에 무게가 실렸다.

절대평가 점수체제연구를 맡은 박찬호 계명대 교수는 '9개' '4~5개' '2~3개'의 등급 안을 제시하며, 각 장단점을 분석했다. 박 교수에 의하면 '9개' 안은 현 9등급제를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9개등급을 구분하기 위한 분할점수 산출이 쉽지 않은 단점이 있다. '4~5개'는 학교현장에서 거부감이 덜한 장점은 있지만, 대학이 변별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추가요소가 개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단점도 있다. '2~3개' 등급은 수능의 자격고사화로 이어지는 안으로 변별력 확보를 위해 고교 내신성적 등을 이용해야 하는 체제다.

김신영 한국외대 교수(전 한국교육평가학회장)는 학교현장에서 5개 등급의 절대평가제를 사용하는 점을 예로 들며 "수능의 등급 수도 5개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의견을 냈다. 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 역시 "고정분할 점수 방식의 5개 등급"의 의견을 냈다.

정책연구를 맡은 강태중 중앙대 교수는 9개 등급 안에 무게를 뒀다. 강 교수는 "절대평가 기준은 학교교육과정을 기반으로 설정해야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라며 생각해볼 수 있는 등급 안으로 '4~5개'와 '9개' 등급 안을 제시했다. '4~5개'의 경우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등급별 성취수준을 평가한다는 절대평가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합리적인 방안으로, '9개'의 경우 수능의 다른 영역 등급 수와 균형을 유지하는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의견이다. 강 교수는 "9개 등급 안은 기존 수능의 상대평가 속성을 어느 정도 유지해 과도적인 절충을 시도하는 방안"이라며 9개 등급 안에 무게를 뒀다.

등급 수에 이어 분할점수의 방향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분할점수는 등급 구분을 위한 점수를 말한다. 관련 연구를 맡은 박 교수는 분할점수에 대한 '고정분할'과 '혼합' 방식을 제시하며 혼합 방식에 무게를 뒀다. 고정분할은 100점 만점에 90점 80점 70점 60점을 분할점수를 미리 정해 점수에 따라 등급을 산출하는 방식으로, 중학교에서 이미 성취평가제로 시행하고 있다. 박 교수는 "분할점수는 시험난도에 따라 다른 등급을 받는 문제가 발생하는 등 성취기준에 따른 등급을 구분할 기준이 되는지에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기 어렵다"며 대안으로 혼합 방식을 제시했다. 박 교수가 제안한 혼합 방식은 시험결과를 참조해 2~3점의 분할점수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 이르면 현 중3 학생이 대입을 치르는 2018학년 대입부터 수능영어 절대평가가 시행될 전망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4일 전남대, 29일 부산시교육청에서 후속 공청회를 두 차례 더 연 뒤 관계자 간담회 등을 거쳐 올해 안에 수능영어 절대평가 방안을 확정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신승희 기자 pablo@veritasnews.kr

<"수능 전체 확대" "사회혼란만 야기" "대학 평가권" 주장 팽팽>

이날 공청회에서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사회적 합의나 충분한 준비 없이 절대평가로 전환할 경우 혼란만 키울 수 있다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수능 전 영역에 확산 도입의 주장이 있는 반면 수능영어 절대평가로 인한 변별력 상실 문제와 이로 인한 입시파행과 사교육 확대의 풍선효과 등 부작용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다.

강 교수는 "학교교육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영어 외에 수능의 다른 영역으로 절대평가를 확대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강 교수는 "학교교육의 목표는 1등 학생을 만드는 게 아니라 모든 학생이 교과 숙달에 이르게 하는 데 있다"며 "절대평가는 영어영역을 넘어 다른 영역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박 교수는 "절대평가는 학생들간 경쟁을 조장하는 현재의 상대평가보다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절대평가를 도입한다고 수능, 나아가서는 중등교육과 관련된 모든 문제가 일시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현장에서는 대입과 연계한 현실성 있는 논의를 요구하고 나섰다. 최은경 상계고 교사는 사교육 풍선효과 문제를 언급하며 수능영어의 절대평가 도입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최 교사는 "영어보다 수학 사교육비가 더 많이 투자되고 있는 고교 현실에서 수능 영어를 절대평가하면 수학의 변별력이 커지게 돼 수학에 대한 사교육비가 더 증가할 것"이라며 "영어 내신은 9등급제의 상대평가로, 수능 영어는 절대평가로 반영된다면 일관성이 없어 혼란스러워지는데다 수능영어만 절대평가로 바꾼다고 사교육비 절감과 공교육 정상화라는 목표가 달성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또 "수능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변별력이 사라지기 때문에 또 다른 평가지표가 속출할 것"이라며 올 수능에서 '쉬운 영어'가 예상되자 서울대가 인문계열에서 수능영어의 평가비율을 수학보다 5%p 낮은 25%로 반영한 사례 등을 제시했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소장은 사교육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수능영어 절대평가 도입을 타 영역으로도 확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 부소장은 "영어 절대평가 도입에 따른 사교육 풍선효과를 예방하려면 다른 영역에도 역시 절대평가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수능의 절대평가된 등급과 고교에서 받은 학생부를 바탕으로 대학이 학생을 선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길영 한국외대 교수(한국응용언어학회장)는 "수능은 속성상 우수자원을 선발하는 목적이 있으므로 절대평가를 도입하려면 대학 선발권의 구체적 방향이 어떻게 될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사교육비 경감을 목표로 시도하는 절대평가 전환은 의도했던 사교육비 경감을 이루지 못하고 사회적 혼란만 일으킬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사회에서 영어를 원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사교육 경감 효과는 의문이며 중하위권의 영어 포기만 늘어날 수 있다"면서 "고교 성취 수준과 난이도의 확정, 입시 적용방법의 연구 등 충분한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대학의 평가권 침해로 인한 문제소지를 짚었다. "수능영어를 고교와 대학의 영어교육 바통 이어받기 차원에서 원칙적으로 절대평가가 더 바람직하다"면서도 "수능의 전면적인 자격고사화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권 본부장은 "현재 수능은 국가, 학생부는 학교, 면접/논술은 대학 등 평가권이 각 주체에 고르게 분담되어 있다"며 "이 상황에서 수능을 자격고사화하면 평가권의 균형이 상실돼 학교와 대학의 평가권이 첨예하게 대립하게 될 것"이라 우려했다. 권 본부장은 "수능영어 절대평가 도입 이후 대입 정시전형에 변별성을 높이려면 전형간소화 지침을 완화함으로써 대학이 다른 전형요소를 추가해 자체 점수를 부여, 총점을 합산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추가할 전형요소로는 학생부교과가 적합하다"고 방법을 제안했다.